티스토리 뷰

장승구 (포수)


아비가 조선 제일의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해서 승구 역시 포수가 꿈이었다.

아비와 함께 나선 신미년 전쟁에서 미 해병대의 무자비한 폭격에 아비를 잃었다. 은산 아재는 친우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이라 했으나 승구의 생각은 달랐다. 승구는 포수 대신 역적이 되기로 했다. 제 나라 백성도 지키지 못하는 임금, 이 나약하고 비겁한 조국을 제 손으로 탕탕 부수기로.

궁에 있는 위정자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더러운 정치질로 망국에 일조하느니 홍파(주모)에게 꿩이나 잡아다 주는 게 애국이다, 라며 주막에 들러 백숙 한 그릇에 잡은 토끼와 꿩까지 내주고 온다. 매사에 신중하고 말수가 없는 조용한 성정은 총을 쏠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들짐승이든 날짐승이든 장포수의 총구는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의 조용한 인생에 애신이 들어오고부턴 매일이 시끄럽다. 애신은 질문이 많았다. 애신에게 그는 항상 답을 갖고 있는 인생의 스승이자 존경하는 명사수였다. 애신을 때론 딸로 또 때론 생사를 나누는 동지로 각별히 아낀다.

이완익 (친일파)

리노이에 히로아키(李家 広明:광명).

함경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동생 하나가 굶어 죽었다. 지주의 눈 밖에 나 소작 붙이던 손바닥만 한 땅도 빼앗긴 탓이었다. 완익은 부모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완익은 어린 누이를 지주의 소실로 주고 받은 돈을 미국 선교사에게 갖다 바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완익은 머리가 좋았다. 영어를 알아듣고 제법 떠듬거리기까지 몇 해 안 걸렸다. 그 덕에 미국 선교사의 추천으로 신미년 미국 제독의 통변 자리까지 얻어냈다. 미군의 고래등 같은 함선에서 건너다 본 조선은 약한 나라였다. 앞으로의 대세는 일본이었다. 조선의 위기는 완익에겐 기회였다. 완익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어는 영어보다 배우기가 훨씬 수월했다. 

삼개국어에 능통한 그를 전 세계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언어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에게 큰 광명을 안겨주었다. 일본인이 미국인이 조선인이 모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완익은 깨달았다. 아무 것도 갖고 태어난 게 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아주 커다란 것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팔면 아주 큰돈이 될 거라는 것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조선(朝鮮)이었다.

일식이, 춘식이 (전직 추노꾼)

한 때 최고의 추노꾼이었지만 노비제가 폐지되면서 돌연 실직하고 망연자실 하였다가 세상을 읽는 눈은 있어 전당포 [해드리오]를 개업한다. 물건 맡기고 돈 달라는 손님보다 사람 찾아달란 손님이 더 많아 흥신소라고도 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온갖 걸 다 해주니 만물상이라고도 한다.

나날이 손님이 많아지나 손은 둘이면 충분했다. 도화서 관원 출신인 그림의 명수, 복사한 듯 문서를 베끼는 위조의 명수. 한성 바닥서 소문에 가장 빠르고, 안 되는 것 없이 모든 게 다 되니 신통방통이다. 말년에 한탕 크게 챙겨 조선 땅 뜨는 게 목표였지만 얼토당토않게 의병으로 큰 공을 세우는 비운(?)의 형제다.

행랑아범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행랑아범에게 사홍은 인생을 함께 한 동무이자 존경하는 상전이다. 

사홍이 어렸을 땐 도련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젊었을 땐 서방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늙었을 땐 대감마님이요, 하며 쫓아다니다, 지금은 애기씨요, 하며 애신을 쫓아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애신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준다. 함안댁에겐 든든한 친정오빠 대신이요 조씨부인에겐 믿음직한 집사요 같은 대문 안 노비 식솔들에겐 남다른 혜안으로 의지의 대상이다. 

사노비 폐지 때도 행랑채 식솔들 반을 떠나보내고 끝끝내 사홍 옆에 남았다. 어느 날은 신접살이 같기도, 어느 날은 처가살이 같기도 하니 사홍과 함께 한 반평생이 어디 다 종살이였으랴. 묵묵하게 사홍과 고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는 지고지순한 사내다.

함안댁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함안의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일곱 살에 아비의 노름빚에 노비로 팔려가 이 집 저 집을 전전했다. 세상이 엿 같고 사는 게 지옥이었던지라 성질이 지랄 같아 그 어떤 상전도 좋아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 그녀가 열다섯에 눈빛이 선한 건장한 사내와 눈이 맞아 연지 곤지 찍고 시집을 갔다. 신랑이 가노로 있는 고씨 가문 댁은 이전 상전들과 달리 천국이었고 따뜻한 집이었다. 사홍과 조씨부인은 냉정했으나 사리가 분명해 이유 없는 매질이 없었고 행랑아범은 또 하나의 상전일 줄 알았으나 친정 오라비에 가까웠다. 비로소 웃어도 보고 농도 해보는 함안댁이었다.

헌데 부모복 없는 년 서방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더니 스물도 되기 전에 역병으로 서방을 잃고 청상과부가 되었다. 그 어떤 것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귀에 꽃만 안 꽂았지 딱 미친년이 따로 없던 차에, 작고 곱고 부서질 듯 울어 재끼는 갓난아이를 만났다. 한 날 한 시에 부모를 여윈 애신이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울어 재끼는 애신은 함안댁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이깟 세상 탕탕 다 뽀개지든 일본 놈들 아가리에 들어가든 종년 팔자 매한가지지 했는데 우리 애기씨가 숭한 총까지 들고 말리니 그럼 나도 말려야지, 하며 발 벗고 나선다. 하수상한 세상아 덤빌 테면 덤벼라 우리 애기씨는 내가 지킨다, 주먹 불끈 쥐고 애신의 밤 마실(?) 마다 동행한다. 행랑아범이 관우라면 함안댁은 장비다.

임관수

미국공사관의 역관. 능동적인 사고와 재빠른 행동으로 유진을 돕기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댓글
댓글쓰기 폼
광고위치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67,730
Today
204
Yesterday
244
링크
«   201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